A.T 매거진

작품설명(매거진)

손가락으로 그린 흑인 초상화, ‘검은 클림트‘ 아모아코 보아포

2022.11.15
 
▶  손가락으로 그린 흑인 초상화, ‘검은 클림트‘ 아모아코 보아포

 

흑인의 구상을 주로 그리는 아모아코 보아포에게 왜 흑인만 그리느냐는 질문에 그가 한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향인 아프리카 가나에 살 때의 나는 주류였어요. 아무도 왜 내가 흑인을 그리는지 의문을 갖지 않았죠. 나는 예술가예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나와 동일시할 수 있는 인물을 그립니다. 나는 정서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릴 수 없기에, 나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주로 그릴 뿐입니다.” 



아모아코 보아포 ‘Portrait of a Young Lady’(2018) Bonhams
 

그가 흑인을 표현하는 방식은 유독 더 눈에 띕니다.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손끝에서 비롯된 터치감은 각기 다른 텍스쳐를 구성하고, 미묘한 색채의 변화는 마치 인물마다의 개성을 담아내는 듯합니다.

같은 피부색을 지닌 인종이어도 그 안에 표현될 수 있는 피부색, 피부 결은 다릅니다. 보아포만의 작품 속 흑인의 모습은 채도와 질감이 각기 달리 표현되어, 그 미묘한 차이로부터 피사체의 고유성과 가치를 보여줍니다. 그는 다채롭게 펼쳐진 검은 얼굴을 실제처럼 강렬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관람자의 시선을 압도합니다.

 


 
 △ 붓 대신 손가락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아모아코 보아포 ⓒDW The 77 Percent
 

이처럼 인물의 다양한 표정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내고자 그가 선택한 것은 붓 대신, 라텍스 장갑을 낀 손가락이었습니다. 흑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인종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섰던 그는 핑거 페인팅(finger painting)의 시그니처 기법을 통해 미술시장의 블루칩 작가로 자리매김합니다. 전형적인 붓이 아닌, 손가락의 터치감으로 그려낸 흑인의 얼굴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합니다. 

뿐만 아니라, 흑색 피부와 함께 그려진 화려한 원색 계열의 의상, 패턴은 강렬한 컬러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압도적으로 이끕니다. 이는 마치 오스트리아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화려한 작품을 연상시키며, 보아포를 두고 ‘검은 클림트’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모아코 보아포 작품 속 강렬한 컬러 대비는 다른 업계에서도 그를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명품 패션 브랜드인 디올(Dio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는 보아포의 초상화 속 의상 패턴과 컬러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 패션브랜드 ‘디올(Dior)’의 2021년 여름 컬렉션 ⓒDior
 

그 결과, 보아포의 작품은 디올 맨 2021 크루즈 컬렉션에 등장해 화려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미술계와 패션계의 화려한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입니다. 킴 존스는 “아모아코 보아포의 강렬하고 다채로운 컬러는 디올의 2021 여름 컬렉션의 에너지와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이는 아모아코 보아포의 작품에 보내는 찬사라고 할 수 있죠.“라고 전하며, 미술계를 넘어서 패션계에서도 주목하는 그의 인기를 실감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유명 패션 브랜드와 협업이라는 트랜디함까지 갖춘 보아포의 작품 가치는 나날이 치솟고 있습니다.

 

(참고: 매거진한경/이기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