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매거진

예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창조해 나가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술가는 다른 이의 예술에서 영감을 받고, 그가 만들어 낸 작품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죠. 바로 조지 콘도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작은 주 뉴햄프셔에서 태어난 조지 콘도는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아트의 중심인 뉴욕으로 넘어오게 되는데요. 그는 앤디 워홀 팩토리에서 조수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팝아트를 접하고,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 등 다양한 팝 아티스트들과 친분을 맺게 됩니다. 그러나 조지 콘도는 화려하고 유행에 민감한 팝 아트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넘쳐나는 포스트 팝 화가들 중 하나가 되고 싶지 않았죠.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I 다양한 시대와 학파에 영향을 받은 조지 콘도

(좌)Rembrandt van Rijn, Self Portrait, oil on canvas, 86x71cm, 1669
(우)Diego Velázquez, Self Portrait, oil on canvas, 103.5x82.5cm, 1645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지 콘도는 고전 회화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는데요. 작가는 렘브란트나 벨라스케스 같은 거장들의 테크닉을 연구하고, 색채는 로코코 화가 프라고나르의 기법*을 작품에 적용했습니다. 고전 회화에서는 특정 인물의 초상, 장신구, 의복 등을 묘사해 신분과 인물 특징을 나타내는 초상화였다면, 조지 콘도가 재해석한 현대적인 초상은 특정 인물에 대한 묘사 없이 작가가 상상한 허구의 인물을 표현합니다.

*풍부한 색채, 분위기 있는 배경, 특히 피부색에 명암을 세심하게 처리하는 대표적인 로코코 화가

 

여러 아티스트의 작업 방식을 공부하며 다양한 시대와 학파에 영향을 받은 조지 콘도는 그중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가장 깊게 빠져들었습니다. 형태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사물을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시점으로 표현하는 입체주의에 현대인의 내면적 불안처럼 내적 요소를 작품에 담아내는 '심리적 입체주의 Psychological Cubism'을 개척했습니다.


I 뮤지션의 뮤즈, 조지 콘도

영감의 영역 안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래퍼 카니예 웨스트인데요. 카니예 웨스트는 2009년 MTV VMA 무대 난입 사건 이후 대중의 비판에 못 이겨 하와이로 자진 망명 후 그가 처한 위기 상황을 예술가적 관점으로 해석했고, 모든 걸 쏟아부어 5집 앨범 <My Beautiful Bark Twisted Fantasy>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는 5집 앨범의 커버 아트를 조지 콘도에게 의뢰했죠.

두 아티스트는 콘도의 스튜디오에서 만나 같이 앨범을 듣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화에서 영감을 받은 콘도는 8-9점의 그림을 거침없이 선보였는데요. 외설적이고 파격적이면서 발칙한 앨범 커버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조지 콘도는 평단뿐 아니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또한, 카니예 웨스트의 의뢰 요청으로 조지 콘도는 당시 카니예의 약혼자였던 킴 카다시안의 에르메스 버킨백에 그림을 그린 일화가 유명합니다. 콘도는 의뢰를 받고 단 15분만에 4명의 인물을 버킨백에 그렸다고 한 인터뷰 매체에서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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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조지 콘도는 비욘세와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 등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중문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브로드 뮤지엄 설립자인 엘리 브로드와 맨허튼 부동산 재벌 애비 로젠 등 슈퍼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컬렉션 했죠. 그는 1984년부터 약 40년간 '스푸르스 마거스 Sprüth Magers',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 Hauser & Wirth Gallery' 등의 메가 갤러리를 전속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뉴욕 휘트니 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세계 유수의 기관 컬렉션에 영구 소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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