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오차드(Danielle Orchard)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로, 전통 미술사에 있어 여성에 대한 묘사에 대해 새로이 재해석한 현대적 시점을 제시합니다.
나른한 분위기의 풍경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성을 그린 장면을 통해 여성의 인체에 대한 예술적 소유권에 집중하는 그녀의 의도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차드는 여성의 누드를 좀 더 추상적인 방식으로 묘사함으로써 여성의 육체적 표현에 대해 탐구합니다.
여성 누드의 개념은 미술사에 뮤즈로서 꾸준히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어오며 주요 소재로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오차드는 여성 예술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주입하여 그 깊이를 더합니다. 그녀는‘여성’주체를 통해 평범한 삶 속에 펼쳐진 개인적인 기억과 각 캐릭터의 내부 세계를 담아내고, 그로부터 비롯된 판타지 버전의 혼합물로 재탄생시킵니다.
△ 다니엘 오차드 ‘Picnic’ (2017), oil on canvas, 76.6 x 101.8 cm ⓒPhillips
작가는 주로 공원, 해변, 목욕탕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와인을 마시거나,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기거나, 지쳐있는 등 다양하고 친숙한 포즈로 휴식을 취하는 나체의 여성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비록 이렇게 묘사된 여성은 한가해 보이지만, 관람자에 의해 은밀히 관찰 당하는 듯, 제3자의 시선으로 펼쳐진 구도의 설정을 통해 오묘하게 긴장되고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더불어 오차드의 작품 속 여성을 둘러싸며 배치된 오브제(object)들은 그녀만의 상징적 역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술병, 먹다 남은 과일, 담배꽁초, 빈 마티니 잔, 시든 꽃 등은 작품 속 여성의 감정 상태, 고립감, 그리고 불안감을 넌지시 나타냅니다.
오차드는 여성의 누드화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모더니즘으로부터 비롯된 단순화된 인물의 형태와 구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통해 전통 누드화에서 느껴지는 에로티시즘을 제거합니다.
이러한 독특한 화풍에 어우러지는 색채는 모던하면서도 선명한 원색을 사용해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독특한 색조와 두꺼운 마티에르의 조합은 작품에 마치 오후의 햇살이 쏟아지는 것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작품 속 휴식을 취하는 여성들은 보다 더 몽환적이면서도 나른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다니엘 오차드만의 작품적 특징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