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매거진

작품설명(매거진)

근대 미술 거장들의 뒤를 잇는 오차드의 '다중투시화법'

2022.12.15

▶  근대 미술 거장들의 뒤를 잇는 '다중투시화법'


다니엘 오차드는 20세기의 모더니즘의 형태를 모티브로, 자신만의 독특한 오브제와 분위기를 구성해 21세기의 내러티브(narrative)를 조합합니다. 

오차드는 작품 속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에 대해 다중투시화법을 사용하여 분석적 입체주의 방식으로 그리거나, 그 모습을 보다 단순화시켜 윤곽선으로 형태를 그리고, 강렬한 원색을 통해 주된 표현을 합니다.

오차드는 르네상스 회화부터 근대 미술의 거장인 피카소, 마티스의 다중투시화법까지 영향을 받아 그녀의 작품에 반영했습니다. 

특히 입체주의를 통해 다중투시화법의 대가로서 널리 알려진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전통 회화의 형식인 사실주의적 원근법, 명암법, 인상적 색채, 감정적 표현을 멀리하고, 시점을 분산시킨 형태의 인물을 자유롭게 배치했습니다.

 

 
△ (좌) 피카소 Femme au Beret Rouge à Pompon (1937), (우) 다니엘 오차드 Head with Tulips (2019) ©Artsy

 

피카소의 인물화로 널리 알려진 'Femme au Beret Rouge à Pompon' 작품은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기억을 특유의 다중투시화법을 통해 입체파적 양식으로 승화시킨 걸작입니다. 붉은 베레모를 쓰고 앉은 연인을 화면에 꽉 차도록 그려 고품격 에로티시즘을 녹여냈고, 단순화된 얼굴의 윤곽선, 대담하고 선명한 색채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와 같은 특징은 다니엘 오차드의 'Head with Tulips'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카소가 주로 다룬 다중투시화법을 차용하고, 화면을 가득 채워 배치된 여성은 나체의 모습으로,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에는 튤립 두 송이를 쥐고 초점 없는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쓸쓸하고도 고독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현대사회 속 감정을 숨긴 채 바삐 살아가는 여성의 지친 모습을 표현한 듯합니다.

 

피카소뿐 아니라 앙리 마티스의 작품에서도 그녀의 새로운 해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티스의 ‘The Red Room’ 작품에 경의를 표하는 오차드의 ‘The Red Studio’ 작품을 비교해 보면, 여성이 붉은빛의 원룸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제 3자의 시선에서 고요하게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 닮아 있습니다. 

 


△ (좌) 앙리 마티스 The Red Room (1908), oil on canvas, 221 x 180.5cm, (우) 다니엘 오차드 The Red Studio (2021), oil on linen, 152.4 x 101.6cm ©Henri Matisse, Perrotin Gallery

 

앙리 마티스의 ‘The Red Room’ 작품은 3차원의 실내 공간을 표현했지만, 화면에서 거리감은 보이지 않고, 배치된 오브제들은 음영이나 명암이 배제된 채 모두 동일의 평면 위에 놓여 있습니다. 마치 상상의 세계와 같이 사물의 모습을 무늬만 남겨 놓은 채, 실내의 공간을 붉은색으로 채워 놓음으로써 3차원의 공간이 마치 평면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오차드의 작품 속 공간 또한 평면의 구도에 여성과 오브제들이 배치되어 있어, 마티스의 작품과 흡사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작품 속 여성은 보다 선정적인 모습으로 반나체로 스타킹만을 신은 채, 침대 위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습니다. 작품 속 여성의 개인 물품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놓여 있고, 철창으로 막힌 창문이 눈에 띕니다. 오차드는 제3자의 시선에서 마치 흥미로운 진열장처럼 극도로 작은 규모의 원룸을 마치 관음적 교도소로 구축한 듯합니다. 

오차드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적인 오브제들은 내러티브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그녀의 의도가 엿보여지며, 이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과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My painting language is most influenced by the layered space and fragmentation of Analytical Cubism, and I use that to express my lived experiences of feminine physicality and emotion.”

'나의 회화 언어는 분석적 입체주의의 분할된 면 구성과 평면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으며, 나는 그것을 여성적인 신체와 감정에 대한 나의 살아 있는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 Danielle Orchard -